물론 어떤 아이돌 노래들은 꽤 괜찮아.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아.
비스트나 인피니트의 어떤 음반들같은 경우 말이지.
(신화는 좀 다름. 그건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을 듣듯이, 그 당시의 나로 돌아갈 수 있어서 듣는거지.)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가 그런건 아니거든.
그러니까, 사실 나란 아이는 뭐하나 깊이 파는거없이.
(물론 "깊이"의 정의는 저마다 다른거고, 지인들이 지금 나의 취미생활이 '충분히' "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내 생각에 나는 그닥 뭘 깊이 파지 못하고 넓게 얕게 파는 편이라서,
음악 취향이라고는 해도,
이건 내 것. 이건 내 땅. 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두루두루 나는 시부야케이도 좋고, 이스트코스트힙합도 좋고, 브릿팝도 좋은데,
그렇게 넓게 얕게 판것도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서,
최근에 새로 좋아하게 된 음악이라고 해봤자 3-4년전에 만난 안나케이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다인거 같아.
그냥 지금 무지무지 오랜만에 노동요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를 삼일째 틀고 있는데, 너무너무 좋아서.
좀더 넓게 듣지 않으면 이렇게 좋은 음악을 더 알지 못하게 될거라는 그런 아쉬움.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하릴없이 타워레코드에 가서 충동구매도 해보고, 꼬박꼬박 무료잡지를 읽어서 괜찮아보이는 밴드도 찾아보곤 했는데.
안나케이도 타워레코드에서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은게 너무 좋아서, 덥썩 "이거 무슨 앨범이예요?"하고는 충동구매했다가 그대로 빠져서 콘서트도 다녀와봤고.
그리고 엊그제 오랜만에 모닝콜용 CD를 007테마에서 the Fray로 바꿨는데,
정말 쿵쾅쿵쾅 너무 좋은거지.
게다가 요 며칠 노엘 갤러거의 개구리또라이같은 명언록(?)을 읽다보니 크하- 록커들이란! 이라는 느낌에
새삼 고3 시절로 돌아가서 그때는 정말 일년내내 비틀즈와 퀸만 있으면 되던 그런 시절이 떠올라서,
강수영의 투팍이나, 염현주의 휘트니 휴스턴이나, 하효정의 글레이가 떠올라서,
그냥 그렇다고.
하바드와 프리템포가 너무 좋아서 가만히 눈감고 음악만 들어도 세시간은 보낼 수 있을 거 같고,
안나케이와 클럽에잇을 듣다가 바보같이 강사실 책상에서 주루룩 울 수도 있을 거 같고,
더 프레이와 마룬파이브를 들으면서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그런 풍부한 시절의 나도 조금 잃어버리고 살아온 거 같아서,
2013년에는 잃어버리는 나를 좀 다시 채워보고 싶은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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