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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이치코, [천금의 밤][2009/09/17]    
아아, 4일전, 문득 그리워져서 [천금의 밤] 1권을 꺼내 읽어버리고 또 마음 먹먹해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2,3권 입고 소식을 알고 한양문고로 내달렸다.

이마 이치코 식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무척 잘 담겨있는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작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베스트 3에 꼽을 수 있을 정도.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은채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누구인지 문득 잊어버려서, 가만 그 자리에 서서 내 이름을 소리내어 말해볼 때가 있다.

끝까지 타카기는 내 손에 잡혀주지를 않았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땅에 발을 단단히 디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신진작가들과의 집단동거생활도, 그의 사랑스러운 아들도, 이제 아버지의 무덤에 가보자고 하는 친모도,
이미 발이 떨어져버린 그를 다시 세상으로 내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일들 모두, 그에게 있어서는 정리해야 할 의무감이 배제되지 않는 감정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평생 끈질기게 구원을 바라고 있다는 것만이 위안이 된다.
친모를, 나츠코를, 마츠나가를 잡아서라도.
하지만 "그러게 나랑 잤어야지."라고 하는 것조차 그에게 구원을 향한 손길은 아니었을 것을.


마츠나가의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오히려 스테레오타입으로
구원을 바라고, 그때문에 애증을 가지고,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도망가고. 이제 살아남았고.
그러니까, 그에 대해서는 그저 매력을 느낄 뿐 전혀 위태롭지 않다.
괜찮아. 동남아시아 어딘가에서 쪽배를 타고 있을 거야 (웃음)

개인적으로 타카기의 육아방식 또한 무척 마음에 들어서, 이를테면
"네 나이가 되면, 세상이 원하는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지. 유년기는 고통의 시간이야."
"너는 집을 나갔으니 더이상 이집 아이가 아니다"
같은 것들을 온화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하는 부분같은 것 말이다.

또 이 작품에 나오는 모두는 무척 사랑스러워서
오오타씨나 소네씨나 마사코씨나 이토씨나 모로즈미씨나 오시타니씨와 또 다른 많은 사람들.
이런 것이 이마 이치코의 매력이지. 그 누구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녀는 실제로 어떤 사람인 걸까.

[천금의 밤]과 [웃지 않는 인어]와 [환월루기담]과 [flower, water, and a sand hill]이 그녀인걸까
혹은 [오래된 친구]와 [낙원까지 조금만 더]와 [어른의 문제]와 [백귀야행]같은.
[문조님과 나]와 [뷰티풀 월드]가 그녀인 걸까
어느 쪽이던, 나는 그녀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버릴 수 없을 것임은 틀림없다.

동인지 SODA 에 1986년부터 1996년까지 게재된 단편들을 모은 것이라 한다.
제목은 소동파의 春夜行 중 마음에 드는 千金과 夜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春宵一刻値千金 (춘소일각치천금)
花有淸香月有陰 (화유청향월유음)
歌管樓臺聲寂寂 (가관누대성적적)
韆韆院落夜沈沈 (추천원락야침침)

봄날 밤은 한순간이 천금과도 같아
꽃은 맑은 향기를 풍기고 달은 흐릿하게 비친다.
누각에 울려 퍼지던 노래와 음악 소리도 조용해지고
그네 있는 안마당의 봄날 밤은 고요히 깊어간다.

하이북스 판본이라 그런지, 종이질은 좋은데 인쇄질은 좋지 않아서 편집/구성면에서 별 세개.
(식자 먹힌 것도 몇 개 있고. 가만 생각하면 원본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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