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여행"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적어도 그것은 "공정무역"만큼은 공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주문했다.
게다가 "공정"이라고 하면 역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세계들 아니겠는가.
토요일 오전. 여전히 업무는 잔뜩 쌓여있는데,
선물같이 도착한 책 택배상자가 책상위에 곱게 놓여있길래,
아아, 딱 한 챕터만. 하고 책을 열었다.
그리고, 2시간을 내리, 누가 볼세라 눈물을 훔치며 결국 끝까지 읽고 말았다.
수전 손택은 연민과 동정은 값싼 이기주의이고, 경계해야할 감정이라고 했지만,
마음은 또 그렇게 동요하고 만다.
나는 지난 30년간, 잘못된 여행을 해왔구나.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이면 된다고.
나는 그 나라의 버스와 지하철과 툭툭이를 타고 다니고
그 나라의 허름한 식당과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니,
이정도면 공정하게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던 자만심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언제나 공정하기 위해서만 여행을 할 수는 없다해도,
앞으로 남은 세월동안 여행을 하면서 내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 가치관, 자세,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여행의 상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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