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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책의 자서전][2010/08/10]    
책을 좋아한다.
책은 책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나는 독서가일수도 있고 애장가일수도 있다. (그저 활자중독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까 초판을 모으겠다고 발품을 팔지도 않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해도 이빨이 빠지는 걸 못 견디는 것도 아니다.
장서 1만권에 2천권을 더한 기념으로 소설을 쓰는 안드레아씨만한 애장가도 아니다.
읽은 책을 엮는 것만으로도 독서기를 4권씩이나 써낼 수 있는 정혜윤씨만한 독서가도 아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한다.
어떤 내용이든 책을 읽는 것이 좋지만, 특히 책이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이를테면, 가쿠타 미쓰요의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같은 책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안드레아 케르베이커의 [책의 자서전]을 얹는다.

이 책은 특히 독서가보다 애장가에게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초판이기 때문이다.
초판은 언제나 완전히 다른 경지의 존재이다.
또 "나"는 스테디셀러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때 베스트셀러의 반열이기는 했지만,
작가의 대표작품인 것도 아니고 독자들의 인생 최고의 책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48판쯤의 존재로 대형서점의 책장 한 구석에 여전히 꽂혀 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초판으로서
어떨때는 박스안에 덤핑목록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어떨때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가격을 받는 우아한 고서점의 최신구입목록으로 존재하기도 하는 것이다.

라디오와 TV와 인터넷의 위협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탐닉하고, 여인의 손길을 기다리면서, 자존감을 1mm 도 줄이지 않고
수십년째 살아가고 있는 "나"는
그래서 책이다.


[책] - 다니카와 슌타로

책은 사실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좀더 정말로 말하면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인 채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책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옛일은 잊으려고 생각하여
책은 자기 몸에 인쇄된 활자를 읽어보았다
“사실은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라고 검은 활자로 써 있다

나쁘지 않다고 책은 생각했다
내 기분을 모두가 읽어준다
책은 책으로 있는 것이
그저 조금 기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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