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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아셰르, [루머의 루머의 루머][2010/08/10]    
루머에 지칠때가 있다. 나에 관한 소문이 아닌데도.

이건 아주 잔인하고 무책임한 게임이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손쉽게 이야기한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의 무례한 행동, 데이트와 은밀한 연애관계, 심지어 불륜.
자신이 전하고 있는 그 소문의 주인공이 소문을 듣고 있는 사람의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이건 아주 손쉬운 게임이다.
온라인에서 이건 더 쉬운 게임이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 배우의 학력, 육체적 거래, 심지어 임신과 낙태.
그 소문이 사실이던 그렇지 않던 자신에게는 1%의 이익도 손실도 없을 것이지만.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그런 소설이었다.

마음에 드는 여자애와 데이트를 하고 첫키스를 했는데, 조금더 잘난척을 하기 위해서 가슴을, 그녀의 속옷을 만져보았다고 허풍을 떨었을 뿐인데
마음에 드는 여자애를 놀리기 위해서 그 친구랑 비교하면서, 누가 더 섹시하냐고 물어본 것 뿐인데
술에 취해서 실수로 도로의 정지표지판을 들이박았을 뿐인데

            다들 날 해코지 할 뜻은 없었을 거야.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겠지. 자기가 저지른 일인데도.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서, 조금씩 조금씩 늘어난 눈덩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cry for help 를 포기하고 알약을 집어 삼킨다.

그를, 그녀를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자신을 해코지할 뜻이 없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 큰 의미없는 행동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누군가가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들 수도 있음을.
조금만 더 신중하게, 조금만 더 자기일처럼 생각해주길 바래서.
그걸 통해서 제 2의 해나 베이커를 막아줄 수 있다면 하고 바래서.
나는 그래서 해나 베이커가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다고.
자신의 죽음을 애도해줘서 고맙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고 믿는다.

그리고 클레이는 도움을 청하고 있는 다른 친구의 비명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고 믿는다.

모든 말에는 언령이 있다.
어떤 말도 취소한다고 취소가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성장기가 아닌, 박물관의 음성안내 서비스에서 문득 영감을 얻어서 쓴 소설이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든다.
작가가 이 날카로움을 계속 유지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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