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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eum 의 시들 (불펌~)[2010/06/15]    
우리 동기들은, 물론 진경언니만큼은 못되지만, 다들 정말 시를 잘 쓰는데
글쎄, 시적기교랄까, 정말 잘 쓰는 사람이라면 나는 우호나 아랫년차 지수가 확실히 잘 쓴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송이의 시가 유독 부러웠다.
형윤이의 [칭찬] 의 위력도 어마어마하지만
나는 송이의 시가 정말 유독 부러웠다.
그녀처럼 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쳇.


<노랑색>

우울할 때는 이색이야
이색 이세상에 없었더라면

노랑은
<밝아져야한다>는 신의명령,
거역할수 없는 빛의 향연,
우울 따위는
끌어가버린다

우울할 때는 바로 이색.


<그곳에 가로등이 켜진건 참 다행이야>

긴 담벼락 아래
인적도 드문 그곳에 놓인
나무한그루

근처 긴 건물들에 묻혀 햇빛이 잘안드는곳
잎새는 웬지 허약해 ㅂ이고
몇장 되지 않는 그 잎새를 들고 서있기에도
힘들어 보이던
그나무

그곳에는 웬지 라일락 향조차 닿지않고
맑은 바람 한줌조차 쉬어가지 않아

우두커니
혼자
그저 서있기만 하던
그나무

모두들 잠든 밤이면, 달빛도 잘 머물지 않던
그곳에서
어둠이 무서워,
외로움이 두려워,
숨죽여 울던
그나무

그곳에 어제
어느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던
그나무에게,
그나무만 온전히 밝게 해주는
가로등이 세워졌단다

이제
그나무의
두려움과 쓸쓸함은 조금,
덜어졌을까

그곳에 가로등이 켜진건 참 다행이야


<여행후기>

나, 쓸데없이 자라버린 이파리는 모두 솎아내고 싶었다. 이대로는 웃자라버린 담쟁이넝쿨에 가려져버린 으스스한 중세저택밖에 되지 못할게야. 태양을 가리는 이파리는 모두 잘라 배낭에 넣어버렸다. 누구도 나를 모르는 이국땅에 모두 묻어버리라 다짐하며 배낭을 묻을 구덩이를 물색하고 다녔다. 어느 누구도 내 웃자랐던,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이파리를 찾아내지 못할곳을

그럴즈음 스르르 내 앞에 나타났던 사막 한가운데
온갖 영혼의 그림자가 다 묻혀서 이리도 풀 한포기 없는  곳이라 여기며 배낭을 다 묻었을 즈음, 허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익숙한 풍경

내마음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낙타와 뻣뻣한 풀에게만 공간을 허락하는,
바싹 말라버린,

나는 나를 내안에 묻고 왔다


<세월>

보스란 깃털조차 작살내던
칼끝이 흐른다
햇빛에 반짝이는
시내에 날을 갈면서
화강암에도 몸을 날려보고
세찬 비도 맞아보고
늘 경계위태한 갈대도 만나보며
너른 바다에 이르러니
모두 갈려 이제 아무것도 없다
내게 빛을 준 온세상에 내가 퍼져있다


<귀가>

하루의 무거움 엉겨지고 잔뜩 구겨진
날개를 버스속에
묻다

주어진 하루를
식어버린 찬밥인양, 가슴에
꾹꾹
묻어둔 후
눈물 한 방울 짜내다

벗을 잃고, 지친 날개를 접어
양더듬이만 오골오골
떨고있는
나비

접힌 날개 안쪽에 가득한
빛, 새어나갈까 두려워
--아니 어쩌면 새어나가길 원하여

강바닥에 닿지 못할 것 알면서도
영원이란 없음을 알면서도
쏟아내는 어둔 강물 위
불빛들 마냥,

언젠가
빛과 빛이
합쳐지길 바라며
파닥이는 날개짓


<국화와>

갓 태어났을 때
세상하나를 빛나게 하던 너

결국은 등지고 떠나나니

미약한 빛 조차 내지 못하는
나는 더 말할것 있으랴

그래도 때때로
누군가들을 웃게하고
누군가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근거없는 믿음으로
언젠가 국화가 되리라,
꽃잎을 붙든 채 가까스로
살아간다

너, 이제 다  떨어져서는
미풍에 실려 하늘로날아가듯

나도 처마아래
하늘을 날기 소망하는
물고기
풍경소리로 가뿐해져야겠다


<무기력>
영혼은 곤히 잠들어 있지만
개구리같은 아침햇살이 왱, 울어대니
어쩔 수 없이 중력에 반(反)하여
몸을 일으켰지만
영혼의 눈은 죽음의 사자처럼 어둡게 감겨있고
영혼의 팔, 다리는 석고상처럼 정지해있다
오늘 죽어있는 나,
건드리지 말게.


<겠습니다>

거짓말쟁이가 되어야겠습니다

뇌우쏟던 하늘, 씻은듯 개이듯
원인도 모를 병의 아이 어머니, "괜찮아요" 눈시울 붉히듯
닭한마리 대신 닭다리 두조각 사던 시절에도 당신들, "하고 싶은 것 다해보렴" 자식 다독이듯
아픈 맘 꾹 묻어가며 그녀, 뒤돌아서서 즐거운 유머 던져내듯

어차피 진실을 모를 바에는, 오히려 진실이 아플바에는
거짓을 말하겠습니다
진실이 겨우 떠가는 종이배위의 짐일밖에는
절벽 끝 소나무 단단한 뿌리위에서 살아가겠습니다

거짓말쟁이가 되겠습니다


<일곱손톱>
1.

친구의 캔플라워에서 나던 풀
애초에 약하게 컸다
시작부터 안쓰런 여린빛
더 디 고
더 디 게
바로 옆 캔플라워에서 나던 풀
하루에 손톱 둘 만큼씩 자랄 때에도
그 풀,

힘에 부치던 생이
포기될때까지
겨우
일/곱/손톱만큼
자랐을 뿐.

                2.

TV 법정드라마 소재였던
‘천공교’라는 사이비종교 신도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부활수를 사려고
1억씩, 9천만원씩 교주에게
바치고,
갈취당했다


그들의 죄는
다만
애초에 약하게 컸다는 것.

그들은
자신에게 사랑주는 이 없던 환경에서
유일한 사랑을 주던 이를 살리고 싶었다
그들은
사리분별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의지하던 남편이 살아날 수 있다 믿었다

힘에 부치게 살다가
일/곱/손톱만큼
자라다말고
생의 많은 부분이 시들어갔다

        3.
일/곱/손톱만큼의
줄기도
스러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비우기 – 일지암에서>

메마른 나무
등성이마다 쉬게한
두륜산
봉우리
봉우리

한껏
고개내민
처마 한 자락


청아한 소리
묻어둔
풍경(風磬) 내음새

여백에
살며시 끼어들어
나,
차 한잔


<존재형체>

아무  자욱         없는
희부연 눈길                위
바래는 달      
빛        아  래
숨    쉬는
동그마니새빨간구슬
존재형체




하나만큼

이게 다 뒷송이가 쓴 시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참 대단해.

  2010/06/20
HY

응 나도 이렇게 쭉 읽으니 정말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

  2010/06/21
rien

응. 한없이 부럽지.

  201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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