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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2010/02/28]    
담당 교수님께서 연구실을 정리하시다가 책을 한권 꺼내어 내게 건네주셨다.
이따금, 도전정신이나 창의력을 불러 일으키는 글이 있으면 신문에서 스크랩해서라도 건네주시던 분이셔서
의례 그러한 책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왔다.

그리고, 첫장,
저자가 46세의 젊은 나이에 pancreatic cancer를 진단받고, whipple operation 과 CCRTx 를 받았으나 곧 mulitple liver metastasis 를 진단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전히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단 하루라도 더 아이들과 살기 위해 palliative chemotherapy 를 받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주치의 중 하나에게 거의 처음 건넨 말은 "확실히 합시다. 내 목표는 살아서 10년 뒤 당신 병원 팸플릿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였다.
이 몇 안되는 에피소드만 가지고도 나는 그가 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환자들 중 '어떤 유형의 환자'인지를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그리 예후가 좋지않은 병에 걸려있는 환자들이 '지나치게 적극적인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랜디와 마찬가지로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서' 최신경향의 논문들과 새로 기고된 신문들을 스크랩해서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아직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아' 섣불리 추천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대개의 경우 그들을 곧장 단념시키곤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나는 이 책이 여전히 말기암환자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그리 드물지는 않지만 대개의 경우 강한 파급력과 감동을 건네줄 것이 뻔한 그런 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생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사람들에게 종종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당혹스럽다.
이를테면, 나는 며칠 전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그녀의 아버지가 간암 말기라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순간 내 머리속에는 6개월 이하의 기대여명과, 말기에 응당 나타날 것이 틀림없는 복수, 황달, 간성혼수의 증상들이 떠올랐지만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죽음'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남은 삶'에 관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새로운 암투병기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이 날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만들까?"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에 그는 곧바로 "암이 날 개성있게 만들지는 않아" 라고 대답했다.
그건 어떤 사람도 쉽게 내릴 수 있는 대답이 아니었다.
암은, 어떤 사람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 수 있지는 않아도, 금방 '다른 사람과 다른 상황'이라고 느끼게 하는 강력한 존재였다.
그러므로, 자신의 암이, 자신의 여명이 자신의 '개성'의 구성요소가 아니라고 단언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랜디는 이 과정을 이미 극복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을 남과 다른 '랜디'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46년간 지녀온 - 무척 의미심장한 것에서부터 지나치게 황당무계한 것까지 - 모든 특별한 꿈들"임을 떠올렸다.

그는 어릴 때의 꿈을 어떨 때는 이루었고, 어떨 때는 이루지 못했다.
무중력 상태에 있어보고 싶었던 랜디는 잘 만들어진 실험계획과 신청서로 존슨 우주 센터의 비행기 탑승에 초대받았지만, 지도교수는 같이 탑승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수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지도교수직 사퇴서와 지역대학 기자로서의 탑승신청서를 내밀고 마침내,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미국 미식축구리그에서 미식축구를 해보고 싶었지만 46세에 췌장암말기가 되도록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던 랜디는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학자로서, 교수로서, 인간으로서 얻을 수 있는 무척 중요한 지혜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 <마지막 강의>가 전세계인들을 감동시킨 후, ABC 방송국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하인스 워드와 연습시합을 해볼 수 있었다. 생을 마감하기 3개월 전에 말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이 강의는 어떻게 당신의 꿈을 달성하느냐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 강의는 어떻게 당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것이냐에 관한 것입니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강한 도전정신과 꿈을 이루려는 열정을 배운 것이 아니다.
한 순간을 스스로 행복하게 영유하기 위한 아주 작은 도움을 받은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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