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를 만나고 집에 도착한 건 이미 10시반이 좀 넘어서였다.
그대로 허름한 비디오방에 들어가 영화를 집었다. 보겠다고 마음먹은지 반년이 지났다.
신나게 때려부수는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나는, 섹시함으로 일관하는 안젤리나 졸리가 좋고 건달같은 브래드 피트가 좋고
내 베스트 커플이었던 피트-애니스톤을 깨뜨린 이들의 뒷소문도 재밌었고
그랬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말했다.
"당신을 처음 봤을때 크리스마스 선물같았어"
나는 순종적인 사랑같은 건, 지고지순 일편단심 사랑같은 건 재미없다
신파여야 하는 것 아닌가
"혼자 거길 가느니 여기서 당신과 함께 죽는 게 좋아" 라니,
게다가 john & jane이라니,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
이게 어디가 john & jane의 이야기란 말인가, 그것도 smith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왕의 남자] 후유증은 여전히 한가득이고
억지로 읽어대는 소설책은 아무것도 덜어주거나 더해주고 있지 않고
어딘가가 꽉 묶여있어서 좀 쉬고 싶었던 것 뿐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난 도대체 뭘 엿봐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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