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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결국 정답은 모르고 죽네, 나 자신[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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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 :
벌써 몇 년 전에 환갑이 넘어있던 분이라 지금은 더 나이가 많으실텐데 자신은 사람은 서른 전에 쌓아둔 것으로 평생 사는 것이라고 느낀다 고백을 하셨었다 근데 그건 세간에서 말하는 무엇을 하는 능력이나 구체적 스펙도 아니고 눈에 띄는 생활습관도 아니라고
씬 기본적이고 넓어서 바닥에 깔린 장판 같은건데 이제와 삶 전체가 마치 이십대에 낸 모든 빚을 평생 갚아나가는 것 같다고 하셨었다 물론 난 그때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 못했는데 (정말로 전혀) 나 내년에 서른인데 자꾸 생각나잖아...붇을붇을
영치인들 프로필 보면 첫공부나 첫직업이 서른에 맞춰 끝나는데 분명 걔들두 그게 뭔지도 모른채 틱 끝났을거란 말야 근데 그때 기자였던 사람은 기자처럼 변호사였던 사람은 변호사처럼 학자였던 사람은 학자처럼 살아 나이들어 다시 돌아간듯 변해있는게 신기했다
그냥 요즘 혼자 생각하기로 그 장판이라는 것은 낯선 사람을 믿는 수준 화법에 깃들어있는 무의식적으로 전개하기 마련인 작은 논리들 우주 세계 신적 존재와 나의 관계 등 평소에 별 신경쓸 일 없었던 것들같음 서른이 되면 이것들이 이미 짜여져있단 뜻이겠지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이 했던 말도 서른이 되면 모든게 끝난다고 종말을 겁주려는게 아니라 지금쯤 가지고 있는 특질들을 세어 없는 것을 상호 보완하는 종류의 무언가를 찾아야할 시기라는 뜻 같다
나는 엄청 뛰어나고 굉장한 것도 필요없다 사람이 한쪽으로 뛰어나게 치우치느니 적당한 균형을 원한다 그냥 편하게 길게 가고 싶음... 내가 오래 살아서 시체 치워줄텐게 고독사는 걱정하지들 말어...
나에게 뭐가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곳이 보이면 그걸 적당히 깎거나 보충해서 메워넣어 평평하게 만들 특질들이 필요해 석고벽이라고 꼭 석고 구해서 메울 필요 없고 심지어 내가 아니라 곁에 있는 남이 채워줘도 된다...
나 :
서른 넘었는데 무섭잖아요 ㅠㅠㅠ 전 아직 매일매일이 질풍노도인데 ㅠㅠㅠ
서른까지 쌓은것이 베이스가 된다는 피클님 트윗에 나의 지난 세월들을 돌아보는데, 뭐 97%의 "에헤헤헿 오늘도 즐거웠어" 에 양념처럼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로 바닥쳤다 올라오는 패턴이 대강 10살때부터 지금까지 반복되는 듯.
저 "관계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는 평생 질풍노도할거 같은데. 막 죽기 직전에도 "아, 결국 정답은 모르고 죽네, 나 자신." 이럴거 같다.
휘바 :
뭔가 묘비명같아요... (죽이지마
R.I.P. 윤, 최애캐와 지인들 품에서 영원의 장르를 찾다 「아, 결국 정답은 모르고 죽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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