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도망치는 거야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서, 그냥 도망치는 거야
이 게임이 빨리 안 끝나나, 늘 그런 생각하면서 말이야
죽는 데도 기운이 필요하다. 어떤 유의 기운이
그러니까 하나코는 죽을 때 그렇게 나쁜 상태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일상 밖으로 나갈 수 있었으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은
(많은 평론이 '실연하는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이야기'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실연하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앞 사람을 떠나보내는 연애 이야기 혹은,
마음을 받고 그것에 지치고 도망가는 좀 다른 사랑 이야기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나도 내 감정을 모르니까
호의를 보이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자기 멋대로 물 줘 놓고 화분에 물 주는 것처럼 기대하는 건 곤란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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