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란 언제나 너무 노골적이라서
그런 희미한 빛의 소중함을 모두 지워버린다
요시모토 바나나, 진즉에 익숙해진 이름이지만 이제서야 책을 들게된 건
순전히 일본문학에 대한 편견때문이었다.
나쓰메 소오세키 같은 근대문학은 지나치게 어려웠고
하루키든 류든 감동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한밤, 이미 낯설어진 고향집 침대에 누워
낯설어진 스탠드 불빛에 기대어 책을 막 덮었을 때
귀에서는 여전히 류이치 사카모토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조금 가볍게 한숨을 뱉아냈다
좀 힘든 책이나 영화를 끝내면 의례 그렇듯이
그걸 다 뱉아내지 않으면 질식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뱉아내면서
그닥 무겁지도, 많은 걸 담지도 않은 주제에
이 책이 끝났을 때는 한숨을 한번 뱉아내주어야할 것 같았다
'굉장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별일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기적 같기도 하고,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였다'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사진을 보는 건 그닥 좋지 않은 일이다
주인공의 얼굴이 작가의 얼굴로 겹쳐지기 때문이다
[낙하하는 저녁]의 하나코는 영 에쿠니 가오리같은 모습이었다
[키친]의 미카게는 긴 생머리의 미녀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내겐 영, 숏커트의 투박한 안경을 낀 바나나같았던 것이다
특이하지는 않다.
끝까지, 책을 읽듯 담담하고 이성적인 이야기만 해서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미카게가, 하나코와는 다른 의미로 참 좋아졌다
사라져버리는 담담한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다. 시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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