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그를 힘껏 껴안았다
스크린에 '끝'이라는 자막이 뜬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더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파울로 코엘료임에도 불구하고 나오자마자 사지 않았던 것은
'성'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거기서 거기, 내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조금도 다루어줄 줄 모를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버렸는데
[악마와 미스 프랭] 때처럼 역시 출판사의 광고, 비평 그런 건 읽기 전엔 아무 의미없는 거
남들보다 조금 더 감성이 예민하고,
한때 '연필'을 빌려달라던 첫사랑을 아쉽게 놓쳐버리고
마침내는 당당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공항에서도 내내 사랑하는 사람이 혹시나 와주지 않을까
영화같은 이야기를 못내 못 접고 (그런 건 조금도 우습거나 색다르지 않고)
그래서
영화가 '끝'을 알린 뒤의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것 따위 솔직하게 날려버려서
나중에는 그 사랑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되더라도 상관없이
그래, 나는 마리아가 부러웠다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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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딴 데다 올렸던 감상글
내가 얼마동안 창녀가 되기로 결심한다고 해서 잃을 것이 뭐가 있는가?
명예, 긍지, 나 자신에 대한 존중.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이 세가지 중 어느 것도 가진 적이 없다
나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사랑받는 데에도 성공하지 못했고 늘 옳지 않은 결정만 내려왔다
이제 나는 삶이 나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하룻밤? 마리아,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건 사십오 분 정도에 불과해
아니, 옷 벗고 예의상 애정 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옷 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십일 분밖에 안되잖아'
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그 11분 때문에 결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의 울음을 참아내고,
늦게 귀가하게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함께 제네바 호숫가를 거닐고 싶은 수십 수백 명의 다른 여자들을 훔쳐보고
자신을 위해 값비싼 옷을, 그 여자들을 위해서는 더 비싼 옷을 사고,
채우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창녀를 사고,
피부관리, 몸매관리, 체조, 포르노 등 거대한 산업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한동안 즐겨 읽었는데
근간 [11분]은 성(性)에 관한 이야기라길래, 다루어봤자. 랄까 특별한 거 없을 거라고
잠시 망설이다가 역시 먼저 읽은 친구가 신나하길래 결국은 사버렸다
성에 관한 이야기든, 사랑에 관한 이야기든
공감할 수 있든, 다른 사람 이야기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한번쯤 읽어보라고 여자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졌다
(내 홈페이지에 이미 추천하기도 했고, 빌려달라고 이미 말 듣기도 했고)
솔직할 수 있는 영혼이 되고 싶다
성에 관한 것이든 정치에 관한 것이든 주제는 상관없이
그래서 뻔한 결론이더라도 혹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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