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냐고 물으면 되지>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심한 질투란 거의 모든 경우에
본인과 상대방과의 관계성이 아니라
단순히 에너지가 약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자신의 일 이외에는 전부 남의 일인데 왜 퍼센티지가 나오는 걸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당시에 나를 지배하고 있던 것은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한 압력이었다
모두 같이 차를 마실 때는 각자 돈을 내고 혼자만 밥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가고 싶지 않더라도 사원들의 단체 여행에 가지 않으면 선배와의 관계가 거북해진다
밤중의 택시는 전부 무조건 멀리 가는 손님을 원한다
혼자 사는 여자가 세 군데나 옮겨가며 술을 마시러 가면 탐욕적으로 보인다
미혼의 남자 사원과 점심을 먹으면 항상 함께 먹곤 하던 애들이 화를 낸다
모든 것이 세분화되어 있는 만큼
좁은 지역 속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수없이 많은 이상한 규칙들.
불륜이 좋다든지 나쁘다든지 말하기 전에 우선 일반화해서 처리하려는 경향
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려고 무시하며 항상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었지만,
전파처럼 미세한 입자로 날아다니는 그런 것들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라는 말을
의식하는 것마으로 뇌에 침입에 오는 듯했다
뭔가 다른 것과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야 희미하게나마 깨닫는다
- [김치꿈]
요 최근은 어쩐지 단편집보다는 중장편을 주로 읽게 되었는데
최근에 읽은 단편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배신]의 책이라면
이 단편집 [도마뱀]은 [용서]의 책이었다
이를테면,
좀더 담담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새들은 페루에..]를 권해주고 싶다면
어쩐지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도마뱀]을 권해주고 싶다는 느낌
'결국은 너를 용서하게 될 거야'라고 말해주어서
난 지금 나에 대해 조금도 화가 나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 참 잘 읽었다. 라고 생각했다
머나먼 곳을 향한 내 눈동자가 보고 있던 것은
산 저편에 있을 좀더 끈적끈적하고, 더욱 강하고,
무척 아름다우리라고 생각되는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꿈이었다
울기도 웃기도 하고, 속이거나 배반하기도 하고, 무척 착실하기도 해서,
짓밟히고 짓밟혀도 웃을 수 있는,
그렇게 생동적으로 살아가고 있을 가공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내가 아는 신자들과 달리,
미소를 지으며 싫은 것으로부터 도망친다든지,
정말은 싫어하는데도 사랑한다고 한다든지,
화가 났으면서도 용서한다고 말하거나 하지는 않을게다
마을 사람들의 섬세한 상냥함이나 교묘하게 타인을 거부하는 수법은
살아 있는 내 마음을 침식해가는 것 같았다
... 멋진 사람과 도망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의 비율이란
어디에 가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았다
- [피와 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을 비율은 어느 세상이나 같아서
그건 어떤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관대해지는 비결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악한 것도 '너희'가 악한 것도 아니다
어느 나라 말도 아니야 당신과 나에게만 통하는 말로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모든 사람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지
사실은 그런 거야 당신과 그 어떤 사람, 당신과 부인,
당신과 전에 함께 있던 여자, 당신과 아버지, 당신과 친구,
그런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단 한 종류의 말이
- [신혼부부]
|
